소나무

인간의 실상 – 소나무

지금 살펴보고 있는 ‘인간의 실상’에 대해 잘 알면 ‘인간은 왜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알 수가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무상(無常)을 비유하고 있는 호랑이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호랑이와 맞닥뜨린 나그네는 가지고 있던 금, 은, 보화가 든 짐을 내던지고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금, 은, 보화는 살아있어야 가지고 있는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지금 목숨이 경각에 놓인 상황에서는 더이상 금, 은, 보화가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에 내던지고 도망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일본의 프로레슬러 중에 역도산(力道山)이라는 유명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당대 최고의 스포츠 스타로 이름을 날려서, 엄청난 부자였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며 손으로 여기서부터 여기까지가 자신의 땅이라고 말할 정도로 엄청난 부자였다고 합니다. 또, 프로레슬러였기 때문에 웬만해선 죽지도 않겠다 싶을 정도로 매우 건강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식당에서 옆 테이블의 사람과 시비가 붙게 되어 다투다 복부에 조그만 상처를 입게 됩니다. 그 일로 병원에서 수술을 했지만 낫지 않고, 복막염으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역도산 39세 때의 일입니다. 죽음을 앞둔 역도산은 의사에게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죽음을 앞에 두면 누구든지 역도산과 같은 마음이 됩니다. 여태까지 축적해온 재산, 지위, 명예 이런 것들을 다 주고서라도 목숨만은 구하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죽음 앞에서 이런 것들은 아무 소용이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이 하고 있는 모든 일은 어떻게 하면 ‘죽음’과 멀어질 수 있을지, 그 방법을 강구하는 것밖에는 없습니다.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모여 탄소 중립에 대해 논의하는 것도,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회의를 하고 노력하는 것 등 모두 잘 들여다보면 죽지 않으려는 노력입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사람들 또한, 이런 문제가 아니더라도 짧으면 50년, 길어야 100년 안에 모두 죽게 될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어떻게든 죽지 않으려고, 죽음과 멀어지려고 발버둥 치고 있는 모습이 바로 나그네가 호랑이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모습입니다.
나그네는 호랑이를 만나 걸어오던 길을 뒤돌아 도망쳤는데, 너무 정신없이 도망치는 바람에 길을 잘못 들어서 낭떠러지에 이르게 됩니다. 나그네는 당황해서 둘러보다가 낭떠러지 끝에 있는 소나무를 발견합니다. 나그네는 소나무에 올라가 호랑이로부터 도망치려고 생각을 했으나, 호랑이는 고양이과 동물이어서 나무를 잘 탄다는 것에 생각이 이르러 포기합니다. 호랑이로부터 소나무로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 소나무는 상대적 행복(相對的幸福)을 의미합니다. 이는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모든 일, 즉 돈, 명예, 지위, 건강, 행복한 가정 등등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런 것들이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맞닥뜨린 어느 부자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부자에게는 3명의 부인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부인은 언제나 같이 있었습니다. 부자는 한 번도 첫 번째 부인의 심기를 거스른 적이 없었습니다. 더우면 시원하게, 추우면 따뜻하게, 모든 것을 마음에 맞게 해주며 너무나도 소중하게 여기며 모든 일을 함께 한 부인이었습니다.
두 번째 부인은 아주 아름답고 매력적인 부인이었습니다. 그래서 부자는 두 번째 부인을 얻기 위해 많은 사람들과 싸워서 자신의 부인으로 만들었습니다. 고생해서 어렵사리 얻은 부인인 만큼 아주 소중하게 여기며 항상 곁에 두고 있었습니다.
세 번째 부인은 첫 번째 부인이나 두 번째 부인처럼 항상 곁에 두지는 않았지만, 필요할 때 찾아가는 부인이었습니다. 힘들 때 찾아가서 위로를 받거나, 기쁜 일이 있을 때 함께 축하해주는 부인이었습니다.
부자는 이 세 명의 부인과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부자가 불치병에 걸립니다. 죽음을 맞이한 부자는 혼자 죽기가 너무 무서워서 첫 번째 부인에게 같이 죽어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그러나 첫 번째 부인은 ‘지금까지 잘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그러나 다른 부탁은 어떤 것이라도 다 들어드릴 수 있지만, 같이 죽자는 그 부탁 하나만은 들어드릴 수가 없습니다.‘라고 거절했습니다.
부자는 크게 낙심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두 번째 부인에게 가서 다시 부탁을 했습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제가 원해서 당신의 부인이 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원해서 다른 사람들과 싸워가면서 저를 뺏어 오지 않았습니까. 만약 당신이 죽는다면 나는 다른 사람에게 갈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감사했습니다.’ 이었습니다.
소중히 여긴 첫 번째, 두 번째 부인으로부터 거절당한 부자는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낙심한 부자는 마지막으로 세 번째 부인에게 가서 부탁을 했습니다. 그러나 세 번째 부인도 ‘떠나는 길 마을 어귀까지는 배웅해 드리겠습니다만, 그 이상은 못 갑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부자는 낙심하고 혼자서 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자로 비유된 것은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 자기 자신을 의미합니다.
세 명의 부인에 비유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부인은 우리의 ‘육체’를 비유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몸을 아주 소중하게 여깁니다. 배고프면 맛있는 것을 먹고, 추울 때는 따뜻하게, 더울 때는 시원하게, 아프면 약을 먹고 쉬는 등 건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몸’을 ‘나’라고 생각하고 소중하게 여기며 일평생 살아왔으나, 죽음에 이르면 더이상 가져갈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싸워서 얻은 두 번째 부인이 비유하고 있는 것은 돈과 재산, 지위, 명예입니다.
우리는 돈과 재산, 지위, 명예 등을 손에 넣기 위해,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과 싸우고 경쟁합니다. 그리고 뺏기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합니다. 그렇게 얻기 위해 노력한 만큼 아주 소중히 여기며 집착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재산이 있고, 높은 지위에 올랐던 사람이라도 죽을 때 10원 한 푼도 가지고 갈 수 없습니다. 죽으면 모두 다른 사람에게로 가버리는 것입니다.
세 번째 부인이 비유하고 있는 것은 가족, 친구들입니다.
항상 함께하지는 않지만, 힘들 때 위로가 되어주고, 기쁠 때 함께 기뻐해주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같이 죽을 수는 없지만 죽음의 문턱까지는 함께 해주겠다는 것은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화장터까지는 와주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이상은 그 누구도 더 가지 못합니다. 아무리 소중한 내 몸, 재산, 가족, 친구들이라고 하더라도 죽을 때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하고 오로지 혼자서 가야 합니다.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오직 내가 지은 업, 악업(惡業)뿐입니다.
이것에 대해 신란성인의 가르침을 그대로 전해주신 렌뇨상인께서는 어문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마침내 죽음의 순간이 다가오면 지금까지 의지해온 처자나 재물은 무엇 하나 함께 가는 것은 없네. 죽음으로 가는 산 속의 길 끝에서, 저승으로 떠나는 그 강을 홀로 건너야 한다.
(御文章 1첩 제11통)

“전부터 의지하여 힘으로 삼았던 처자나 재물도, 죽을 때는 무엇 하나 의지가 되지 못한다. 모두 빼앗기고 홀로 이 세상을 떠나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죽음에 이르면 의지할 수 없는 것들만 추구하며 인생을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너무나 비극적일 것입니다.

우리는 죽음이 닥쳐와도 변하지 않는 행복을 구해야 합니다.
이것은 불교 가르침에 설해져 있습니다.
가르침을 듣는 것, 청문(聽聞)을 통해 변하지 않는, 영원한 행복을 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