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인간의 실상 – 나그네(旅人)

오늘은 나그네(旅人)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나그네는 모든 사람을 비유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왜 우리들 인간을 나그네에 비유하셨을까요.

‘인생은 나그네 길’ 이라는 노래 가사도 있듯이, 우리의 인생은 곧잘 여행길에 오른 나그네로 비유됩니다. 나그네는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여기로, 저기로 다니는 사람을 나그네라고 하지요. 우리들도 마찬가지로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나는 태어나서 이 동네를 떠나본 적이 없어, 계속 한 곳에 머물러 있었어’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곳’이라는 것은 장소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의미합니다. 모든 사람들은 그 누구도 ‘지금’이라는 시간에 머물러 있을 수 없습니다. 누구나 시시각각 흐르는 시간 속에서 등 떠밀려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나그네인 것입니다.

여행을 떠나면 반드시 종착지가 있습니다. 인생의 여정의 종착역은 어디일까요. 시간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 것일까요.
태어난 모든 사람은 누구나 죽음(死)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그러면 죽은 후(死後)에는 어디로 가게 될까요.

인생을 열차 여행에 비유한 어느 작가가 있습니다. 그 작가는 열차에 타서 출발하게 되는 역이 우리가 태어난 시점이라고 말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하지는 못합니다. 어머니로부터, 아버지로부터 ‘너는 어떻게 태어났다’라고 들었을 뿐입니다. 태어나서 살다 보니, ‘아, 여기 열차 안이구나’하고 인식하게 됩니다. 열차 안이라는 걸 인식하고 돌아보면 함께 타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 형, 누나들이 먼저 타고 있던 분들입니다. 또 새로운 사람들이 타기도 합니다. 동생이 태어나거나, 또 학교에 가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거나 하면 우리의 인생에 동행자가 생기는 것입니다. 열차는 쉬지 않고 달려서, 타고 계신 분들이 내리기도 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먼저 내리시고, 또 사람에 따라 부모님이 빨리 내리시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열차에서 내린다는 것은 인생 여정이 끝났다, 즉 죽음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열차 안에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 열차 안에서 우리는 이겼다 졌다, 좋다 싫다 하며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열차는 출발했기 때문에 반드시 종착역이 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먼저 열차에서 내리셨듯이, 우리들도 모두 각자 언젠가는 열차에서 내려야 하는 때가 반드시 옵니다. 이 열차는 왕복이 아니라 편도티켓밖에 없는 열차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열차가 가는 목적지가 어디인지, 즉 내 인생은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를 열차 안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고, 생각하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열차 안에서 어떻게 하면 즐거울 수 있을지, 행복할 수 있을지만 추구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인생에서 지위, 명예, 즐거움만을 좇으며 사는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인생의 체감 속도를 열차에 비유한 또 다른 이야기가 있습니다.

10대는 매 역마다 서는, 천천히 가는 완행열차입니다.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시간이 더디게 갔었다고 보통 이야기합니다.
20대는 매 역마다 서지 않고, 띄엄 띄엄 서는 급행열차입니다. 10대 때보다는 빨라졌습니다.
30대는 준 특급열차입니다. 더 빠르게 달리기 시작합니다.
40대는 특급열차, 50대는 특 급행열차입니다. 더 더 빠르게 달리는 열차입니다.
그리고 60대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열차에 비유합니다.
점점 점점 그 속도가 빨라지는 것입니다.

인생을 80년이라고 했을 때 수학적으로 절반은 40살이지만, 체감 상의 절반은 몇 살 정도인가를 조사해보았습니다. 놀랍게도 1/4지점인 20살 무렵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유년기, 청소년기까지는 시간이 굉장히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끼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고 느낀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쉬지 않고 달리는 열차에서 우리는 반드시, 언젠가는 내려야 합니다. 즉, 반드시 언젠가는 죽게 된다는 것입니다.

세계적인 기업 애플사의, 아이폰을 만든 스티브 잡스는 56세라는 굉장히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죽음을 앞두고 ‘병에 걸리기 전에는 명예, 부 이런 것들을 소중하게 생각했었는데, 죽음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라는 말을 남겨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스티브 잡스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이룬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마주하고 비슷한 말을 많이들 합니다. 그러나 이런 말을 들으면서도 사람들은 ‘나’만큼은 예외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종착역에 내리는 순간이 반드시 오는데, 종착역에서 열차에서 내려서 어디로 가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입니다. 어디로 가게 되는지 모른 채, 그저 ‘열차 안에서 즐거우면 됐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종착역에 다 와서야 비로소 ‘어디에 가게 되는 거지?’라고 생각해도 그때는 이미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의 인생에서 죽음(死), 죽음 이후(死後)의 일이야말로 가장 중대한 일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에 부처님께서는 <大無量壽經>에서 ‘임종에 이르러 후회와 두려움이 교대로 닥친다.’고 말씀하십니다.

후회와 두려움에 휩싸여 죽음을 맞이하는 일은 생각만으로 끔찍합니다. 그렇지 않기 위해 지금 살아있을 때, 건강할 때 반드시 가르침을 들어야 하는 것입니다.